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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8.18 추억에 함부로 손대는 사람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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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 용두산 공원엘 올라갔다가 놀라 자빠지는 줄 알았다.

광복로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끝까지 올라왔더니 돌축대가 있던 자리에 기암괴석과 폭포가 들어섰고. 새점치는 할머니가 앉아 있던 오래된 화강암 계단은 마치 부자들이 시주 많이 하는 새로 지은 절 입구처럼 변해버렸다.

초량왜관, 용두산신사, 우남공원, 용두산공원으로 바뀌어온 과정 속 오래된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 있는 나름 유서깊은 장소인데 그 흔적들 중 하나가 어처구니 없이 사라져 버리고 대신 지금까지 용두산 공원의 느낌과는 동떨어진 괴조형물이 울긋불긋한 조명을 받으며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지역의 내력을 잘 알고 애정을 가진 원도심 주민이 설계를 했다면 저런식으론 분명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중국인관광객을 태운 버스들이 출입하기 시작하면서 용두산 공원의 모습이 조금씩 변하더니만 이 지경까지 온 것 같다.

먼저 419 기념탑이 민주공원으로 옮겨가면서 큰 광장이 생기는가 싶었더니, 그 자리는 늘 중국인관광객을 실어나르는 버스들의 주차장이 되었다.

몇 달 전 부터는 오랫동안 BTL 사업으로 논란이 많던 영화체험박물관 공사를 시작하면서 큰 나무들이 엄청 잘려나가고 용두산 아래쪽도 많이 허물어져 옛모습을 잃어버렸다.

부산시민이라면 누구나 용두산공원 여기저기서 찍은 가족 기념사진이 보관된 엘범 한 권 정도는 가지고 있을 것이다.(특히 꽃시계 앞)

부산시민들에게 용두산 공원이라면 국제시장이나 광복동을 들렸다 잠시 산책하며 지나가는 정겨운 장소였는데 우리나라 많은 유명 관광지가 그렇듯 이제는 중국인들로 붐비는 장소가 되었다.

말할 것도 없이 누군가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돈 때문이겠지만 무슨 '명분'으로 저런 공사를 했는지 궁금하고, 오랜세월 어딘가에 쌓여있을 많은 사람들의 막대한 추억을 거리낌 없이 훼손하는 토목공사를 보면서 할 말을 잃는다.

우리나라에 살면서, 그것도 오래된 동네에서 계속 살면서 앞으로 이런 일은 더 많이 목격하게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곁에서 늘 보고 지내던 오래된 장소가 하루아침에 저런 식으로 변해버리면 나같은 사람은 감당하기 힘든 상실감을 느낀다.

앞으로 부산의 원도심은 어떤 생뚱맞은 풍경으로 변해서 나를 계속 놀래키려나...



<Befor & After>


↑ 익숙한 풍경


↑혹시 탑 꼭대기에 절대반지??? 



이렇게 만들려는 계획도 있었다.

다이내믹 부산 -> 아스트랄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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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Yu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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