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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2.25 남자라면 이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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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동네에서 반세기를 살다보니 3, 40 넘은 단골 가게가 몇 군대 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온 - 이사라고 해봐야 반경 50미터 안에서 세 번 움직여 지금 살고 있는 집은 내가 태어난 집 길 건너편이다. - 1985년부터 대문을 나서면 몇 십 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백초이용원을 30년 넘게 이용했었는데, 안타깝게도 아저씨께서 재작년에 지병으로 돌아가셨다.

그 이후 집 근처에서는 이발소를 보지 못해서 이곳저곳 미장원을 찾아다녀봤지만, 깎고나면 뭔가 어색해서 만족스럽지 않던 중 왠지 내공이 있어 보이는 이발소를 발견하고 올해 초부터 그곳을 다니고 있다. 

전문가가 아니라 자세한 부분까지는 알지 못하지만 미장원과 이발소는 여러모로 차이가 난다.
이발소는 미장원보다 큰 가위로 서걱서걱 커팅하는 느낌이 시원하고, 바리캉으로 짧게 자른 부분에 녹말가루를 묻혀 꼼꼼하게 다듬어 주는 것이 마음에 든다. 그런 방식 때문인지 그 상태에서 제법 머리가 자라도 삐죽 튀어나와 거슬리거나 단이 져서 보기 싫은 부분 없이 자연스럽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머리감기 서비스는 기본.

요즘 주변에서 새로 문을 여는 미장원은 많아도 새로 생긴 이발소는 보기가 힘든데, 그 것은 이발기술을 배우는 젊은 사람들이 이제는 거의 없다는 뜻이다. 즉 현재 현역으로 활동 중인 이발사들이 은퇴하고 나면 더 이상 이발소는 찾기 어려워지게 될 것이다. 그러다 보니 동네 이발소 문을 열면 대게는 노년의 이발사들이 가위를 들고 돋보기 너머로 손님과 눈인사를 한다. 

얼마 전 부터 다니는 이발소를 소개하자면, 내 나이보다 오래되어 보이는 작은 건물에 이발소와 딱 어울리는 오래된 알미늄샷시 미닫이문과 거기 붙어 있는 '이발'이라는 두 글자(간판 없음), 그리고 도시가스관을 감고 있는 줄장미넝쿨과 오래되어 보이는 회전간판의 첫인상이 아주 정겹다.
드르륵 소리가 나는 문을 열고 들어가면, 연탄 난로와 연탄집게, 오래된 소파, 몇십 년은 돼 보이는 낡은 이발소 의자와 오래된 이용 도구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타일을 붙여 만든 세면대가 아! 이 곳은 정동 코리안스타일 이발소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해 준다.

나도 이제 중년에 접어들어 요즘 학생들의 바가지 머리, 투블럭이니 모히칸이니 하는 새로운 스타일은 엄두가 나질 않는다. 여전히 고등학생 시절부터 아래쪽을 짧게 깎고 앞머리 중간쯤 가르마 스타일을 고수하는 중인데(엑스세대 스타일) 그런 머리는 아무래도 이발소쪽이 더 낫다는 생각이다.

말하자면 이병헌 머리 정도?

아무쪼록 대한민국의 이발소의 마지막 세대가 될지도 모르는 베테랑들이 건강하게 롱런하시기를 바라며, 새로 찾아낸 이름없는 이발소의 오랜 단골이 되고 싶다. 

위에서 소개한 이발소는 수정5동에(수정공원로 98) 위치하고 있으며, 동구 마을버스 2번을 타고 동여자중학교 후문에서 하차하면 바로 발견할 수 있다. 

달리는 차 안에서 촬영

 

옛 느낌을 살려보려고 흑백으로 전환하고 거칠게 입자를 넣어 보았다.

Posted by Yu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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