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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토박이라면 원도심에서 광안리쪽으로 넘어가면서 이런 생각들 한 번쯤은 해 보셨을 겁니다.


제작년인가 K9(수영)비행장 부근에서 촬영된 코다크롬 필름 세트를 입수하였는데 오륙도와 해변이 나오는 사진 외에는 로드뷰와 구글어스로 비교해봐도 도저히 짐작가지 않는 사진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사실 중동구를 벗어나면 저도 낯선 동네가 많은 부산입니다.(2006년부터 2008년까지 센텀이라는 곳에 만2년 정도 산 적이 있었지만 익숙해지기 전에 다시 태어난 동네로 돌아왔습니다.)


그 중 재밌는 사진을 하나 소개해드리자면 필름 마운트에는 "Korean Kids being marched to school"이라고 적혀있을 뿐 다른 정보는 전혀 없는데 초등학생쯤 되보이는 어린이들이 웃통을 벋고 어디론가 행진중인 장면이 촬영된 필름이 하나 있습니다. 



살찐 아이들은 없지만 구릿빛으로 건강하게 그을린 모습들이고 해방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인지 다들 똑같은 모자를 쓰고 있습니다. 모두 고무신을 신고 있으며, 맨 앞 줄 어린이들은 다정하게 손을 잡고 있습니다. 작은 아이들이 꼭 손잡고 걷는 모습은 너무 귀여워서 항상 미소를 짓게 됩니다. 아마도 왼쪽 밀집모자를 쓴 어른은 인솔 선생님인 듯 싶고 근처에 군사시설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듯 제복을 입은 미군 한 명과 낮은 봉우리 위에는 초소가 보입니다. 그리고 치마저고리를 입은 아낙이 둘 그리고 듬직한 트럭이 한 대. 전쟁이 어디서 있었냐는 듯 평화로와 보이기만 한 풍경입니다.
길가에는 요즘 교외에서도 보기 드문 미루나무들이 서 있습니다.



근처에 아마도 초등학교가 있었겠죠? 그리고 정황상 오른편에 보이는 철길은 동해남부선이고, 그 옆으로 흐르는 강은 수영강일겁니다. 그렇다면 그림자의 방향은 해가 남서쪽에서 뜬 정오가 조금 지난 오후쯤으로 추정됩니다.


저는 처음에 왼쪽에 보이는 작은 산이 동백섬인가 싶어 현재와 대조를 해보았지만 철길 위치라던지 그 밖의 풍경들이 도저히 맞질않아 혼자서 오랫동안 머리를 싸매다 동호회 게시판에 올려보았습니다. 바로 답이 올라오더군요.


관련링크: 비회원은 조회가 안되네요. 궁금하시면 회원 가입해보세요^^ 


네, 재송동쪽에서 센텀고등학교 쪽을 보고 촬영한 사진입니다. 도사같은 회원님들이 한 번만에 위치를 찾아내셨습니다!!!

역시 집단지성(?)은 놀랍습니다!



작은 산은 센텀센시빌과 센텀고등학교 사이에 남아 있는 산자락입니다. 우측의 풍경은 최근에 생긴 고층건물 때문에 완전히 가려서 보이지 않습니다. 이럴 땐 드론으로 한창 바쁘신 오승환 교수님이 한 대 날려주시면 바로 비교 사진 나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로드뷰 -2008

다음로드뷰 -2014


2008년 로드뷰에는 그나마 오른쪽 방향이 살짝 보이는데 작년에 촬영한 장면에는 완전히 막혀버렸군요. 두 사진을 보면 누구나 느끼시겠지만 지난 반세기 동안의 변화 보다 최근 10년사이에 더 극적으로 변한 동네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버지... 부산 내려오셨을 때 저기 밭이라도 좀 사 두시지"ㅎㅎ


Posted by Yu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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