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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d Barber's

부산동구 2015. 12. 4.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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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2학년이었던 1985년 부터 내 머리를 다듬으러 다니고 있는 동네 이발소.

날씨가 쌀쌀해지니 들어서자마자 느껴지는 연탄난로 냄새가 참 정겹습니다.

오늘은 멋쟁이 약국 아저씨도 오셨네요.







Posted by Yu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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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초이용원

일상 2015. 2. 5.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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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오랫동안 장발을 하고 다녔는데 작년말 브레드피트가 나오는 퓨리를 보고는 짧은 머리가 하고 싶어져 다음 날 이발소에서 머리를 깎았다. 그리고 오늘 보니 한 달 동안 자란 머리가 거슬려서 또 이발소를 다녀왔다.

머리를 기를 때는 석달에 한 번 정도 다듬었는데 역시 짧은 스타일은 자주 손을 봐야 한다.


오전에 머리를 깎고 온 백초이용원은 올해로 딱 30년째, 내가 중학교 2학년 이었던 1985년 지금 집으로 이사와서 부터 다니고 있다. 지금 내가 그 때 당시 처음 봤을 때 아저씨보다 훨씬 더 나이를 많이 먹어버렸고 아저씨는 최근 몸이 불편해지셔서 지팡이를 사용하신다.


이발소 문을 열고 들어가면 담배연기 찌든 냄새와, 특히 겨울은 연탄난로 냄새가 참 정겹다. 담배라면 질색이지만 이발소 실내에 배인 담배 냄새는 불평을 하기도 전에 '여기는 남자들을 위한 공간이요!' 라고 먼저 선수를 치며 말하는 듯하고, 한편으론 뭔가 오래된 아련한 느낌이 들게 한다. 예전엔 보통 한 두 명 정도가 먼저 와 있어서 신문이나 만화책을 보며 차례를 기다려야 했었는데 최근엔 아저씨 혼자 TV를 보며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경우가 많다. 


가끔씩 들리는 곳이라 안부를 묻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머리를 깎는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요즘은 중년남성들도 미장원을 가는 경우가 많아서(이발소가 드물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발소에서 머리 다듬는 일은 사라지는 기술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이제는 젊은 이발사를 볼 수가 없고 현역으로 활동중인 이발사는 육십줄에 들어선 노인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반대로 예전엔 미장원보다 이발소가 많아서 가까운 곳에 미장원이 없으면 여중생들도 머리를 자르러 종종 왔다고 한다. 30년 전엔 주말만 되면 머리 깎으로 오는 손님들이 많아서 밥 먹을 시간도 없고 저녁이면 코피가 날 정도로 호황이었다고 한다.


지난 30년 동안 동네 미장원은 몇 번 가봤지만 '낯선' 이발소에 내 머리를 맡겨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내 머리 스타일이 별로 특이할 것은 없지만 방문 초기 몇 번의 시행착오를 다듬으며 나름 최적화 고정된 스타일이라 다른 곳에서 새로운 모험을 하기도 싫고 많이 낡았지만 익숙한 그 공간이 나는 편하다. 미장원 보다 좀 큰 가위로 서걱서걱 자르는 느낌이 시원하고 맨 마지막에 전분가루를 뭍혀 짧게 잘린 부위를 정교하게 다듬는 과정도 마음에 든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늘 나보다 나이가 많은 아저씨들 몇 명이서 머리를 깎는 동안 이런저런 동네 이야기를 나누곤 했었다. 나는 그 이야기에 끼어든 적은 없었지만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변두리 주택가 남자들의 커뮤니티에 참여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곤 했다. 이런 동네에 중년남성들을 위한 '클럽'이라 부를만한 장소가 있을 리가 없고, 알콜 없이 맑은 정신으로 편하게 앉아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장소는 이발소와 약수터 정도 뿐인 것 같다는 생각에 오래된 백초이용원이 더욱 애틋하게 느껴진다.


요즘은 이발소에 들어설 때마다 작년부터 부쩍 기력이 떨어져 보이는 아저씨의 컨디션을 살펴본다. 분명히 이 이발소는 아저씨의 건강상태와 운명을 함께 할 것이다. 막상 그 날이 닥치면 다른 곳을 찾아봐야겠지만 앞으로도 오랫동안 한 달에 한 번쯤은 낡은 의자에 앉아 머리를 맡기고 아저씨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몇 달 전 건물주인이 바뀌면서 원래 있던 자리에서 옮겨 왔다. 그 전까지는 바로 이 골목 맞은편에 있었다. 실내가 좁아져 더 오붓한 느낌이다.


-2015.02.05 이발소에서 내 사진은 처음 찍어보았다.



-2005.06 어린 아이들은 짧은 머리가 귀엽다. 한동안 중국기예단 스타일 머리로 깎아주었다.


- 2011.01


- 2012.05


그 세대의 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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