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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11.16 범일동에 있었던 변전소, 아름빌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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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벅머리 아들의 머리를 깎이러 드라이브 삼아 범일동에 있는 미장원엘 다녀왔다.

머리를 깎는 동안 몇 년전 근처를 답사했던 기억이 떠올라서 미장원이 있는 아파트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름빌아파트는 보림극장에서 조금 올라간 곳에 위치한 산복도로변에 있는 아파트이며, 아름빌아파트라는 버스정류소도 있다. 기억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아파트가 들어서기 전엔 그 자리에 변전소가 있었고 버스정류소 이름도 변전소였다.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그 변전소자리에는 일제시대 남선전기회사의 시설이 있었으며, 더 이전엔 그 일대가 숲이 우거진 자리여서 호랑이가 자주 나타나기도 했었다고 한다.

미장원 왼편으로 올라가면 산복도로(망양로)와 만나게 되고, 미장원 오른쪽 골목을 따라 올라가면 아파트단지가 끝나는 지점쯤 오래 되보이는 비석이 하나 서있다.

무연제정령지비, 쇼와15년 3월 10일 건립, 남선합동전기주식회사라고 세겨져 있다.

1940년 남선전기에서 세운 비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남선전기가 들어오기 전 그 자리에는 주인 없는 묘가 많았으며, 그 묘들을 정리하고 나서 세운 위령비라고 한다.

더 이상 자세한 기록은 알지 못하며, 묘지를 수용하는 과정이 어땠는가에 따라 저 비석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겠지만 그래도 묘지를 없에고 공사를 하면서 최소한의 미안함을 표시했다고 나름 이해를 해 보았다.

범일동 일대는 왜관과도 떨어진 지역이라 순전히 조선인들의 묘였겠지만 무지막지하게 묘를 밀어내지는 않았나보다.

10여년 전쯤 수정산에 상수도 터널공사를 하면서 근처에 흩어져있는 오래된 묘들을 정리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봉분이 허물어진 주인이 없는 것 처럼 보였던 묘들도 있었는데 모두 보상처리가 되었는지는 몰라도 그 묘들을 없에고 나서 무슨 표시 하나도 해 놓지는 않았다.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위령비중 유명한 것으로 부산대교 위령비가 있다. 영도다리(부산대교)를 만드는 동안 제법 많은 인부들이 목숨을 잃었고 그 위령비를 영선고개 어딘가에 세웠다고 한다. 옛사진에서 독특하게 생긴 위령탑을 볼 수 있는데 그 위령비는 해방 후 사라져서 행방을 알 수 없다. 

출처: http://bpa.localityarchives.org/exhibits/show/bridge/item/4532

남선전기에서 세운 위령비는 오랫동안 저기 있었으면서도 존재감이 적었던 탓인지 다행히도 아미동의 비석들이나 부산대교위령탑과 같은 운명은 피할 수 있었다. 그 때문에 저 장소의 잊혀진 내력을 들춰볼 수 있는 책갈피처럼 지금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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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Yu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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