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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중반쯤에는 쓰레기 수거차가 이른 아침 부산찬가를 크게 틀어놓고 동네마다 코스를 돌며 쓰레기를 수거해갔다.

200미터쯤 간격을 두고 정차를 하기때문에 집 가까운 곳에 차가 멈췄을 때 쓰레기통을 들고 뛰어가서 쓰레기 담는 화물칸에 통을 올려주면 위에서 받아 쓰레기를 짐칸에 담고 빈 통을 다시 돌려주는 식이었다.

고등학생이 되니까 주말 쓰레기통 비우는 담당이 되어 단잠을 자다가 부산찬가 소리가 들리면 벌떡 일어나서 쓰레기통을 들고 뛰어갔던 기억이 어렴풋하다.

대학생이 되어 91년 독일로 여행할 기회가 생겼다. 처음보는 풍경이 많아 모든 것이 신기했는데 그 중에서도 쓰레기 수거하는 방식을 눈여겨보게 되었다.

독일의 대도시에는 우리나라 빌라규모의 다세대주택들이 많은데, 건물마다 쓰레기를 모아 놓는 곳이 건물 지하1층의 도로 쪽 구석이었다. 지하실의 쓰레기통 위에는 인도 쪽에서 열 수 있는 뚜껑이 있고, 아침에 쓰레기차가 돌면서 인부가 뚜껑을 열고 쓰레기통을 들어올려 쓰레기차에 담아 비우고 다시 내려놓고 가는 시스템인데 우리나라에는 없던 방식이라 아주 신기하게 보였다.

쓰레기차가 지나갈 때는 특유의 장비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서 쓰레기차가 지나가는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었고, 뭔가 진보된 문명의 소음처럼 느껴져서 듣기 싫지가 않았다.

요즘은 쓰레기 수거하는 방식도 변하고 시간도 밤시간대로 달라졌지만 우리집은 도로변에 위치하고 있어서 이른 아침 청소차가 지나가면 그 소리는 바로 들을 수가 있다. 언제부터인가 회전식 브러쉬가 달린 청소차가 물을 뿌리며 아침마다 도로를 깨끗이 쓸고 지나가는데(성능이 제법 좋아서 지나간 자리는 말끔해진다.) 내가 출근하는 시간(5:40)이랑 겹쳐서 집 앞에서 자주 보게 된다. 오늘은 주말이라서 그런지 7시가 넘어서 그 소리가 들린다.

아침마다 청소차가 지나가며 내는 소음은 체계가 잘 갖춰진 선진사회에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들게한다. 어떤 음악도 잠을 깨우는 알람으로 지정해 놓으면 곧 듣기 싫어지는 소음이 되어버리는데 희한하게도 청소차 지나가는 소음은 이른 아침을 기분 좋게 시작하게 만드는 효과음이 되어버렸다. 

오랜만에 거리에서 확성기로 틀어 놓은 부산찬가도 다시 들어보고 싶다.


Posted by Yu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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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조용히 벚꽃구경을 하고 싶어 월요일 휴가를 냈습니다.

 

예년보다 일찍 핀 벚꽃이 벌써 떠나진 않았을까 살짝 걱정을 하며 아침일찍 채비를 해서 나서 봤습니다.

 

수정 4동 맨꼭대기에 위치한 배수지는 조용히 산책하기도 좋고 매년 이맘때가 되면 잘 자란 벚나무가 참 보기 좋습니다.

 

위치상 사람들이 붐비는 곳이 아니라서 조용히 쉬고 싶을 때 한 번씩 찾아가는 곳이기도 합니다.

 

수정산터널배수지는 구봉산 치유 숲길 바로 오른쪽으로 올라가면 됩니다.

 

운전을 해서 갈 경우 이용료가 저렴한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하면 됩니다.(10분에 100원)

지금은 공사중

 

입구를 따라 걸어올라가면 벚꽃길이 나옵니다.

 

뒤를 돌아보면 벚꽃이 한창인 구봉산이 참 보기 좋습니다.

 

입구 오른쪽 위로 북항을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습니다.

소풍 나온 아기들

나물캐는 아주머니들.

진달래가 피고 있습니다.

 

배수지 안쪽으로 들어오면 아담한 공원이 꾸며져 있고 끝에는 터널배수지 기계실이 있습니다.

기계실 위에서 내려다 본 전망

원래는 공원안쪽까지 차가 들어올 수 없습니다. 공사관련 차량들인 것 같습니다.

 

오늘은 황사가 심해서 풍경이 탁하게 보입니다.

 

오전 잠깐이지만 혼자서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고 돌아와 집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한적한 곳에서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간단하게 도시락이라도 싸와서 음악을 들으며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숨은 장소로 자신있게 추천합니다.

 

소문 너무 많이 내지는 말고 조용히 머물다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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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빠서 제때 다듬지 못했던 머리를 자르러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이발소를 찾아갔다.

(30년 넘게 다녔던 이발소는 몇 년 전에 사라져서 그다음으로 찾아낸 이발소.)

지난 설에도 문이 닫혀 있었는데 여전히 닫혀있었다.

아저씨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저번에는 미장원에서 머리를 다듬었는데 이번에는 반드시 시원하게 깎고 싶어서 지도 앱을 검색,

거리 순으로 찾아 가봤더니 지도상에 표시된 두 곳은 이미 문을 닫았고, 세 번째 찾아간 곳에서 영업 중인

이발소를 발견하고 들어가 보았다.

 

옛날식 실내 창과 주인아저씨의 꼼꼼함을 짐작케 하는 화분에서 입구에서부터 호감이 생긴다.

 

입춘은 지났지만 아직 날이 쌀쌀한 탓에 문을 열자마자 정겨운 석유난로 냄새가 오래된 이발소임을 느끼게 한다.

먼저 온 영감님이 면도를 하는 동안 실내를 둘러보았다.

 

맨 먼저 눈에 들어오는 이발소그림, 지하상가에 늘어놓고 파는 키치 서양화를 이발소그림이라고 부를 만큼 이발소를 가장 이발소답게 해주는 하는 소품이다.

장인(목수)의 손길이 느껴지는 합판제 빌트인 가구

대하소설전집

오래된 오디오

일간지와 시사월간지

면도거품 솔

머리 감는 타일 세면대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요금표

근처 이발소가 몇 군대 없기 때문에 서로들 소식은 잘 아시는 듯 아저씨의 말에 따르면 문이 닫혀있었던 그 이발소는

아쉽게도 더 이상 영업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건너편에서 같은 일을 하다 돈을 모아 이 자리에 건물을 지어 개업을 한 것은 1985년 추석 때였기 때문에 정확히 개업일을 기억하고 계셨다.

 

이발소가 한창 호황일 때는 종업원이 5명이나 있어서 의자마다 머리 깎는 손님이 앉아 있었다고 한다. 

 

어릴 적부터 이발소에서 머리를 깎던 느낌을 잊지 못해 가끔 장발을 하고 싶을 땐 미장원에서 다듬기도 하지만

확 기분전환을 하고 싶을 땐 늘 이발소를 찾게 된다.

 

이발소와 미장원을 비교해보자면 이발소 쪽이 좀 더 정밀한 기술을 사용한다는 느낌이다.

 

특히 짧은 머리를 할 때 마지막에 녹말가루를 묻혀 삐져나온 곳을 마무리하는 과정이 아주 마음에 든다.

 

그렇게 머리를 깎고 나면 머리 깎을 시기가 좀 지나버려도 크게 어색하지가 않아 좋다.

 

이 곳도 사장님이 직접 머리를 감겨주셨는데 손 힘이 얼마나 좋은 지 아프면서도 시원한 느낌에 한동안은 걱정 없이 여기서 머리를 깎을 수 있겠다는 안도감이 생겼다.

 

습관이나 스타일은 정말 잘 바뀌지 않는 것 같다.

 

TV 아나운서들 조차 바가지 머리 같은 스타일을 하고 나오는 것을 보면 아직도 적응이 잘 되지 않는다.

 

지금 내 머리스타일은 혼자서 이발소를 다녔던 10대 초반부터 고정된 것인데 앞으로도 같은 스타일을 지킬 수 있도록 이발 업계의 마지막 세대를 지키고 계시는 백발의 이발사 아저씨들이 좀 더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주시길 바란다.

 

 

Posted by Yu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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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01

카테고리 없음 2021. 1. 1.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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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원도심 동구에는 근대를 거치며 지어진 오래된 건물들이 여기저기 많이 남아있었다. 내가 어렸을 때는 넓은 정원이 딸린 일식가옥들과 적벽돌로 지은 근사한 서양식 건물들이 제법 있었는데 터가 넓은 일식가옥들은 대부분 빌라로 바뀌고 서양식 건물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거의 다 사라져 버렸다.

 

우여곡절 속에서도 살아남은 건물들 중 최근 많은 관심 속에 방문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곳은 백제병원, 수정동 일식가옥인 문화공감 수정, 몇 년 전 초량우유로 개장한 스나가와 저택, 그리고 일맥문화재단에서 관리하고 있는 초량동 일식가옥이 대표적이다.

 

그중에서 초량동일식가옥은 원형 보존이 잘된 축에 속하지만  골목 안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위치하고 있어 그 존재를 알고 있는 사람이 적었다. 최근 인근 아파트단지를 조성하면서 조합과 갈등을 빚어오다 공사 과정에서 구조물이 훼손되는 일을 겪기도 하였다.

 

초량동일식가옥은 일맥 문화재단 소유로 상시 개방을 하지 않아 늘 궁금했었는데 지난 11월 기획 프로젝트였던 소요의 시간 아카이브 전시를 하는 기간 동안 공개되어 구석구석 둘러볼 수 있었다.

 

년 1회정도 일반인들을 상대로 참여형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그 기간 중 개방을 하기도 한다. 행사 관련 소식은 부산 동구청 SNS를 통해 확인해볼 수 있다.

 

기회가 닿아 잘 보존되어 있는 근대건축물을 구석구석 들여다 보는 것도 특별현 경험이 될 것이다.

 

아래의 사진들은 지난 11월  6일 아카이브 전시기간 중에 촬영하였다.

 

Posted by Yu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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