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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이유로 회사에서 사원증을 바꾸면서 직원들 프로필 사진을 새로 찍는다고 연락을 받았다. 지금 내 사원증사진은 2006년에 찍은 것이라 바꿀 때가 훨씬 지나긴 했다.

정해진 날짜 시간에 부서별로 일괄 촬영을 한다고 연락이 왔는데 직접 제출할 사람은 따로 사진 첨부해서 메일을 보내라고 한다.

촬영에 1인당 5분이 할당된다는데 사진 찍고 온 사람들 말을 들어보면 결과물에 만족하는 경우가 별로 없는 것 같다. 나이 들 수록 셀피 증명사진이 만족스럽긴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야기 듣기로 승무원들은 이런저런 주문과 후보정까지 1인당 10여분이 넘게 걸렸다고 한다. 사진 찍는 곳 까지 가는 것이 귀찮기도하고 전문가들이겠지만 남이 찍어주는 사진은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 예상됨으로 좀 망설이다가 내가 직접 찍은 사진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내 외모와 관련되는 일의 경우 내가 직접 할 수 없는 머리 깎는 일을 제외하면 남에게 맡기는 경우가 드물다. 어릴 때부터 어머니께서 사다 주시는 옷도 마음에 드는 경우가 잘 없어서 중학생 때 부터는 속옷 포함하여 모두 내가 직접 사 입었다. 디지털 카메라를 구입하고 나서는 나 포함, 가족들 증명사진도 내가 직접 다 찍어서 사용하였다.

아무튼 제출일은 다가오고 찍을 시간과 장소도 마땅치 않아 찍어놓은 사진 중에 쓸만한 것이 없나 찾아보던 중 작년에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손봐서 보내기로 했다. 배경 지우는 사이트에 사진을 올려 배경을 지우고 다시 내려 받아 포토샵으로 살짝 그림자를 넣어 제출했다.(밝기 조정 외 보정 없음) 자세히 보면 어색한 부분도 있지만 직원 정보란과 사원증에 작게 들어갈 사진이라 문제 없을 것 같았다. 사진이 부적합이면 리젝트 메일이 온다는데 며칠이 지나도 무소식이라 통과된 것 같다.

톱밥이 쌓인 작업실에서 나무를 다듬던지 작은 다방에서 커피를 내리는 사람처럼 보인다. 정년이 몇 년 남지 않았으니 이 사진이 끝까지 회사에 저장되어 남을 지도 모르겠다.

 

직접 찍은 사원증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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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Yu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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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중반쯤에는 쓰레기 수거차가 이른 아침 부산찬가를 크게 틀어놓고 동네마다 코스를 돌며 쓰레기를 수거해갔다.

200미터쯤 간격을 두고 정차를 하기때문에 집 가까운 곳에 차가 멈췄을 때 쓰레기통을 들고 뛰어가서 쓰레기 담는 화물칸에 통을 올려주면 위에서 받아 쓰레기를 짐칸에 담고 빈 통을 다시 돌려주는 식이었다.

고등학생이 되니까 주말 쓰레기통 비우는 담당이 되어 단잠을 자다가 부산찬가 소리가 들리면 벌떡 일어나서 쓰레기통을 들고 뛰어갔던 기억이 어렴풋하다.

대학생이 되어 91년 독일로 여행할 기회가 생겼다. 처음보는 풍경이 많아 모든 것이 신기했는데 그 중에서도 쓰레기 수거하는 방식을 눈여겨보게 되었다.

독일의 대도시에는 우리나라 빌라규모의 다세대주택들이 많은데, 건물마다 쓰레기를 모아 놓는 곳이 건물 지하1층의 도로 쪽 구석이었다. 지하실의 쓰레기통 위에는 인도 쪽에서 열 수 있는 뚜껑이 있고, 아침에 쓰레기차가 돌면서 인부가 뚜껑을 열고 쓰레기통을 들어올려 쓰레기차에 담아 비우고 다시 내려놓고 가는 시스템인데 우리나라에는 없던 방식이라 아주 신기하게 보였다.

쓰레기차가 지나갈 때는 특유의 장비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서 쓰레기차가 지나가는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었고, 뭔가 진보된 문명의 소음처럼 느껴져서 듣기 싫지가 않았다.

요즘은 쓰레기 수거하는 방식도 변하고 시간도 밤시간대로 달라졌지만 우리집은 도로변에 위치하고 있어서 이른 아침 청소차가 지나가면 그 소리는 바로 들을 수가 있다. 언제부터인가 회전식 브러쉬가 달린 청소차가 물을 뿌리며 아침마다 도로를 깨끗이 쓸고 지나가는데(성능이 제법 좋아서 지나간 자리는 말끔해진다.) 내가 출근하는 시간(5:40)이랑 겹쳐서 집 앞에서 자주 보게 된다. 오늘은 주말이라서 그런지 7시가 넘어서 그 소리가 들린다.

아침마다 청소차가 지나가며 내는 소음은 체계가 잘 갖춰진 선진사회에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들게한다. 어떤 음악도 잠을 깨우는 알람으로 지정해 놓으면 곧 듣기 싫어지는 소음이 되어버리는데 희한하게도 청소차 지나가는 소음은 이른 아침을 기분 좋게 시작하게 만드는 효과음이 되어버렸다. 

오랜만에 거리에서 확성기로 틀어 놓은 부산찬가도 다시 들어보고 싶다.


Posted by Yu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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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조용히 벚꽃구경을 하고 싶어 월요일 휴가를 냈습니다.

 

예년보다 일찍 핀 벚꽃이 벌써 떠나진 않았을까 살짝 걱정을 하며 아침일찍 채비를 해서 나서 봤습니다.

 

수정 4동 맨꼭대기에 위치한 배수지는 조용히 산책하기도 좋고 매년 이맘때가 되면 잘 자란 벚나무가 참 보기 좋습니다.

 

위치상 사람들이 붐비는 곳이 아니라서 조용히 쉬고 싶을 때 한 번씩 찾아가는 곳이기도 합니다.

 

수정산터널배수지는 구봉산 치유 숲길 바로 오른쪽으로 올라가면 됩니다.

 

운전을 해서 갈 경우 이용료가 저렴한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하면 됩니다.(10분에 100원)

지금은 공사중

 

입구를 따라 걸어올라가면 벚꽃길이 나옵니다.

 

뒤를 돌아보면 벚꽃이 한창인 구봉산이 참 보기 좋습니다.

 

입구 오른쪽 위로 북항을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습니다.

소풍 나온 아기들

나물캐는 아주머니들.

진달래가 피고 있습니다.

 

배수지 안쪽으로 들어오면 아담한 공원이 꾸며져 있고 끝에는 터널배수지 기계실이 있습니다.

기계실 위에서 내려다 본 전망

원래는 공원안쪽까지 차가 들어올 수 없습니다. 공사관련 차량들인 것 같습니다.

 

오늘은 황사가 심해서 풍경이 탁하게 보입니다.

 

오전 잠깐이지만 혼자서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고 돌아와 집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한적한 곳에서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간단하게 도시락이라도 싸와서 음악을 들으며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숨은 장소로 자신있게 추천합니다.

 

소문 너무 많이 내지는 말고 조용히 머물다 가세요~

 

Posted by Yu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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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빠서 제때 다듬지 못했던 머리를 자르러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이발소를 찾아갔다.

(30년 넘게 다녔던 이발소는 몇 년 전에 사라져서 그 다음으로 찾아낸 이발소.)

지난 설에도 문이 닫혀 있었는데 여전히 닫혀있었다.

아저씨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저번에는 미장원에서 머리를 다듬었는데 이번에는 반드시 시원하게 깎고 싶어서 지도 앱을 검색,

거리 순으로 찾아 가봤더니 지도상에 표시된 두 곳은 이미 문을 닫았고, 세 번째 찾아간 곳에서 영업 중인

이발소를 발견하고 들어가 보았다.

 

옛날식 실내 창과 주인아저씨의 꼼꼼함을 짐작케 하는 화분에서 입구에서부터 호감이 생긴다.

 

입춘은 지났지만 아직 날이 쌀쌀한 탓에 문을 열자마자 정겨운 석유난로 냄새가 오래된 이발소임을 느끼게 한다.

먼저 온 영감님이 면도를 하는 동안 실내를 둘러보았다.

 

맨 먼저 눈에 들어오는 이발소그림, 지하상가에 늘어놓고 파는 키치 서양화를 이발소그림이라고 부를 만큼 이발소를 가장 이발소답게 해주는 하는 소품이다.

장인(목수)의 손길이 느껴지는 합판제 빌트인 가구

대하소설전집

오래된 오디오

일간지와 시사월간지

면도거품 솔

머리 감는 타일 세면대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요금표

근처 이발소가 몇 군대 없기 때문에 서로들 소식은 잘 아시는 듯 아저씨의 말에 따르면 문이 닫혀있었던 그 이발소는

아쉽게도 더 이상 영업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건너편에서 같은 일을 하다 돈을 모아 이 자리에 건물을 지어 개업을 한 것은 1985년 추석 때였기 때문에 정확히 개업일을 기억하고 계셨다.

 

이발소가 한창 호황일 때는 종업원이 5명이나 있어서 의자마다 머리 깎는 손님이 앉아 있었다고 한다. 

 

어릴 적부터 이발소에서 머리를 깎던 느낌을 잊지 못해 가끔 장발을 하고 싶을 땐 미장원에서 다듬기도 하지만

확 기분전환을 하고 싶을 땐 늘 이발소를 찾게 된다.

 

이발소와 미장원을 비교해보자면 이발소 쪽이 좀 더 정밀한 기술을 사용한다는 느낌이다.

 

특히 짧은 머리를 할 때 마지막에 녹말가루를 묻혀 삐져나온 곳을 마무리하는 과정이 아주 마음에 든다.

 

그렇게 머리를 깎고 나면 머리 깎을 시기가 좀 지나버려도 크게 어색하지가 않아 좋다.

 

이 곳도 사장님이 직접 머리를 감겨주셨는데 손 힘이 얼마나 좋은 지 아프면서도 시원한 느낌에 한동안은 걱정 없이 여기서 머리를 깎을 수 있겠다는 안도감이 생겼다.

 

습관이나 스타일은 정말 잘 바뀌지 않는 것 같다.

 

TV 아나운서들 조차 바가지 머리 같은 스타일을 하고 나오는 것을 보면 아직도 적응이 잘 되지 않는다.

 

지금 내 머리스타일은 혼자서 이발소를 다녔던 10대 초반부터 고정된 것인데 앞으로도 같은 스타일을 지킬 수 있도록 이발 업계의 마지막 세대를 지키고 계시는 백발의 이발사 아저씨들이 좀 더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주시길 바란다.

 

 

Posted by Yu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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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01

카테고리 없음 2021. 1. 1.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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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Yu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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