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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어디를 가던지 가족들의 추억이 깃든 집들과 오래된 골목들을 주거환경 개선이라는 명목으로 밀어버리는 풍경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자리를 무지막지한 높이의 아파트 단지들이 차지하면서 어린 시절 쏘다니며 놀던 추억 속의 동네의 풍경들은 조만간 다 사라지게 생겼다.

그 와중에서도 오래된 주택의 모습을 잘 남겨서 카페로 변신한 장소들이 하나 둘 생기고 있는데 수정4동에서는 동주가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같은 동네에 평생 살면서 늘 옆에서 보고 지내던 건물이여서 과연 내부는 어떨지 리모델 공사 내내 호기심을 가졌었다.

1974년 준공된 2층짜리 건물이며 본인은 70년대 중반쯤 1층에 있었던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먹었던 기억과 2층에 살던 동네 친구의 생일잔치 때 한 번 들어갔던 기억이 남아 있다. 

동주의 한자가 윤동주시인의 이름과 같아서 처음 카페를 방문했을 때 사장님께 물어봤더니, 사장님 아들의 이름이라고 한다. 복고풍으로 섬세하게 잘 꾸며진 장소와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생각된다.

건물을 안팍으로 꼼꼼하게 둘러보면 요즘처럼 공장에서 대량 생산해서 나오는 자제들을 간단히 제단 하여 만든 건물이 아니라 목수가 일일이 손으로 깎고 다듬어 작업한 공예품 같은 건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현관 옆의 옛날식 마루와 방 두 개, 다용도실 그리고 요즘 아파트에서는 볼 수 없는 다락방 2개를 각각의 개별공간으로 테이블을 하나씩 놓아 오붓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게 꾸며 놓았으며, 오래된 가구와 소품들을 잘 배치하여 편안하게 차를 마시며 쉴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 놓았다. 요즘 유행하는 루프탑 스타일로 개조한 옥상 공간에서는 북항을 멀리 바라보며 탁 트인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곳곳에 놓여진 풍성한 화분들이 오래된 주택의 정겨운 분위기를 잘 살려주고 있다.

해방 전 지어진 적산가옥들을 리모델한 장소들이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데 해방 이후 지어진 건물들도 잘 보존된다면 가까운 미래에 유서 깊은 도시를 느끼게 해주는 그 시대의 근대건축물로 가치를 지니게 될 것이다.

그날 만든 케익과 차를 곁들여도 좋고, 생과일이 푸짐하게 들어가서 식사대용으로도 훌륭한 요거트류도 추천하고 싶다.

버스 이용이 편리한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주차공간이 협소한 원도심의 특성상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마음 편하게 머물다 갈 수 있다. 시내버스 22, 38, 86, 186 이용, 수정아파트 하차하면 버스정류소 바로 옆, 매주 월요일은 쉽니다.

 

Posted by Yu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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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십 년 전 장롱 속 깊숙이 카메라를 귀중품으로 보관하던 시절이 있었다. 카메라가 재산목록 1호에 들어갈 만큼 고가품이던 시절 사진을 취미로 가지는 것은 엄두를 내기 쉽지 않았으나, 지금처럼 누구나 고화질 카메라 한 대씩은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시대가 되면서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사진작품'까지도 손쉽게 시도해 볼 수 있게 되었다.

사진 동호인의 저변이 넓어지면서 사진동호회나 사진교실은 온 오프라인을 통해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그 최종 결과물인 사진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사진 전문 갤러리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부산에서 거의 전무한 실정이었다. 부산에서는 해운대의 고은사진미술관이 아카데미와 함께 앞서 개관하였고, 그 다음으로 갤러리수정이 2017년 5월 문을 열었다.

갤리리수정은 비상업적 대안공간을 표방하고 있으며, 자신만의 사진 세계를 발표해 보고 싶은 무명작가들에게 문턱을 낮추어 전시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갤러리수정은 원도심에서 처음으로 개관한 사진갤러리로서 특이하게도 1969년 준공된 수정아파트 한 칸을 개조하여 전시장으로 꾸몄다.


10평이 조금 넘는 50살 된 서민아파트의 내부 원래의 모습을 최대한 살려 전시장으로 꾸몄으며, 턱이 높은 작은 마루, 방 두 칸, 그리고 부엌 한 칸의 구조를 그대로 살려 당시의 주거생활도 엿볼 수 있는 재미있는 공간이 되었다 .

재작년까지는 아파트의 부엌에 해당하는 휴게의자에 앉아 창밖을 보면 영도까지 탁 트인 북항의 풍경을 내려다볼 수 있었으나 지금은 고층아파트들이 가로막아 이전의 조망이 사라진 점이 아쉽다.

2017년 5월 20일 개관 이후 현재까지 27회가량의 전시회를 열었으며 오픈행사는 누구나 참석할 수 있다. 매회마다 오픈행사는 아파트복도에서 조촐하게 진행되며 사진작가 및 동호인들의 교류의 장으로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갤러리수정에서도 윤창수관장님이 일반인들을 상대로 직접 사진아카데미를 운영중이며 주간반과 야간반이 각각 나뉘어져 있다.(포스터 참조, 문의전화 010-2558-3011)

현재 갤러리 수정에서는 김홍희 작가님이 지도하고 계시는 사진집단 일우의 여행사진전 라오스 4박 5일이 6월 9일까지 전시 중이다.

입장료 없이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관람 가능하며 부산광역시 동구 수정공원남로 28(수정동 1186-1) 수정아파트 4동 A408호로 찾아오면 된다. 대중교통은 52번 버스를 타고 회차지점에 하차. 22, 86, 186, 38번을 타고 수정아파트에서 하차하여 300미터쯤 걸어서 갈 수 있다.
http://gallerysujeong.com/ 

Posted by Yu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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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근대사 자료를 검색하다 보면 20세기 초 주요 도시들을 조감도 형식으로 실감 나게 묘사했던 요시다 하츠사부로(吉田初三郞) 그림지도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근대 이후 대륙의 관문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부산의 모습은 아래와 같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현재의 북항을 중심으로 비스듬하게 동북 방향으로 평양과 봉천까지 과장되게 묘사해놓았습니다.

1929년 부산부 명소, 교통 그림지도

지도가 광각으로 과장되게 묘사되어 사실성이 떨어질 것 같지만 평생 원도심에 거주한 원주민의 눈으로 봤을 때 부산의 주요 시설들과 도로의 모습들이 아주 정확하게 묘사되었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지도상의 건물들은 많이 사라졌지만 당시 건설된 기본 도로망은 아직까지도 대부분 그대로 남아있어 위치들을 쉽게 확인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현재는 원도심 지역으로 불리며, 당시 부산의 중심지였던 중구와 동구를 중심으로 서구와 영도구가 비교적 상세히 묘사되어 있으며, 나머지 지역들은 간략하게 표시되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오늘은 동구를 중심으로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부산진 부근

먼저 지도의 왼쪽 상단에 고관공원과 바로 옆의 진강병고(쓰에 효고, 津江兵庫)비가 보입니다. 고관공원은 현재 동구청자리이며 진강병고비가 있던 자리는 동구국민체육문예센터 자리쯤이 됩니다. 쓰에효고는 현재 수정시장 일대에 해당하는 지역에 있었던 두모포왜관(고관)을 용두산공원 일대의 초량왜관자리로 옮기도록 힘을 썼던 쓰시마번의 관리로서 그 공을 기념하여 비석을 세웠다고 하며 현재 비석은 소실되었습니다.(상세한 내용은 링크를 클릭)

그 오른쪽에는 여자고등보통학교(현 경남여고)가 있으며 정문에서 부산일보까지 내려오는 도로가 현재와 똑같습니다.

그 오른쪽에 甑台城趾로 표시된 증산왜성터가 있으며, 그 아래로 부산진우시장부산진시장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조선방직, 자성대제8소학교(현 성남초등학교)가 보입니다.

사진 왼쪽과 부산진 입구쪽 절개지는 부산진매축공사 당시 바다를 매립하기 위해 깎여나간 곳을 표현한 것이라고 합니다.

수정동 초량동

지도의 오른쪽부터 부수도배수지라고 표시된 곳은 아직도 기능을 하고 있는 동구노인복지관 뒤편 수정배수지입니다. 배수지 왼편 모서리의 작은 건물은 배수지가 개방된 2000년 말까지 남아 있던 배수지 관리용 건물을 정확하게 그려놓은 것입니다. 그 바로아래의 제3소학교는 옛 중앙국민학교이며 현재 경남여중자리입니다. 그 위의 철도배수지는 현재 서중학교와 동일중앙초등학교 자리이며 배수지를 매운 자리에 각각의 학교를 세웠습니다. 초창기 증기기관차를 운용하기 위한 배수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왼쪽에는 부산중학교(현 부산고등학교, 부산중학교)가 있으며 초량천을 따라 현재의 초량육거리 모습이 당시와 똑같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초량천의 완편에는 철도병원(현 부산보훈복지회관자리)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초량천의 바로 왼쪽에는 초량토목출장소(부산역 5번출구 길 건너편 기업은행자리)와 지나영사관(支那領事館, 현 부산화교협회)가 표시되어 있습니다. 맨 왠편에는 부산보통학교(현 초량초등학교)가 보입니다.

대신동에서 온천장까지 이어지는 붉은선은 당시의 전차노선이며, 지금은 복개되어 볼 수 없는 동구의 초량천, 유천, 부산천의 모습과 위치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현재 진행중인 초량천복원사업의 결과물이 어떻게 나타날지도 새삼 기대가 되는군요.

지도를 들여다보고 있으며 중구와 함께 부산의 중심지로서 당시 동구의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으며, 오래된 원도심의 내력을 재조명해볼 수 있는 이야깃거리들을 많이 찾아낼 수 있는 좋은 자료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또한 영도다리도 놓이기 전인 90년 전에 그린 지도이지만, 실감나게 묘사된 오래된 도시의 흔적을 지금도 확인할 수 있어, 부산의 근대사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면 길을 따라 짚어가며 타이머신을 타고 한 세기 전의 부산을 방문하는 기분으로 보는 재미가 쏠쏠한 자료라 생각되어 일부를 소개해 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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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의 묘심사

부산동구 2020. 4. 28.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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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불심이 깊으셨던 할머니를 따라 다녔던 사찰 중 기억나는 두 곳이 있는데 하나는 좌천동의 연등사, 그리고 하나는 수정동의 묘심사이다.
묘심사는 비교적 도심에 위치한 사찰이지만 잘 가꾸어진 정원과 전통양식 대로 지어진 목조 대웅전과 종각이 편안한 느낌을 준다.
경내에 들어가면 눈썰미 있는 사람이라면 오래 되어 보이는 지장보살상과 석등 두 개가 일본식임을 눈치챌 것이다.
아기를 안고 있는 지장보살석상은 태어나지 못한 아기들의 영혼을 인도한다고 한다.
묘심사는 맨 처음 1988년 토성동에서 대성사라는 이름으로 창건되어 일제강점기 일본 임재종의 사찰이었다가 1960년대 성보들과 함께 현재의 자리로 옮겨 왔다. 지금 주지스님의 말에 의하면 덕림아파트 자리에 절을 지으려다가 땅이 습하여 현재의 위치에 자리잡게 되었다고 한다. 
어린시절부터 초파일, 동짓날이 되면 절에서 비빔밥과 팥죽을 먹기도 하고, 할머니의 49제를 지낸곳이도 하며, 지금도 산책삼아 가끔씩 들리는 이웃집 같은 절이 묘심사이다.
해마다 부처님오신날이 되면 규모는 작지만 인근의 신도들이 모여 봉축행사를 하는 모습도 볼만하다.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북항쪽을 시원하고 내려다 볼 수 있었지만 최근 들어선 고층아파트 때문에 전망이 많이 가려져 안타까운 점이 있다.
묘심사는 낮시간 동안 문이 열려있어 누구나 출입이 가능하다.
부근의 유명한 사찰들을 모두 둘러보았다면 근처에 있는 전통사찰들을 하나씩 방문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묘심사 바로 앞에는 시내버스 정류소가 있어 대중교통을 이용한 접근성이 아주 좋은 편이다.
원래 묘심사 앞 버스정류소의 명칭은 덕림아파트였으나 작년 시청에 민원을 넣어 묘심사로 변경되어 처음 찾아오는 방문객들은 보다 쉽게 위치를 찾을 수 있다.
22, 38, 86, 186버스를 타면 바로 앞에 내리고 52번 종점에서 조금만 걸어 내려오면 된다.

 

 

 

 

 

Posted by Yu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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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는 북항과 부산역이 위치한 저지대부터 산복도로가 돌아가는 고지대까지 아우르고 있으며 윗동네와 아랫동네를 연결하는 거미줄 같은 골목길들이 어울어져 독특한 풍광을 연출한다.
산과 바다 그리고 골목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풍경은 그리스의 산토리니 그리고 이탈리아의 친퀘테레와 비교를 하기도 한다.
경제논리만을 따라 전국토의 주택가들이 어딜가나 똑같은 모습의 아파트단지로 바뀌고 있는 중에서도 도시 첫 태생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골목들이 최근 곳곳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볕이 좋은 주말엔 카메라를 메고 멀리 갈 것 없이 바다가 보이는 가까운 골목에서 무심코 지나쳐 버린 보물을 찾아보면 어떨까?  

Posted by Yu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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