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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근대사 자료를 검색하다 보면 20세기 초 주요 도시들을 조감도 형식으로 실감 나게 묘사했던 요시다 하츠사부로(吉田初三郞) 그림지도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근대 이후 대륙의 관문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부산의 모습은 아래와 같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현재의 북항을 중심으로 비스듬하게 동북 방향으로 평양과 봉천까지 과장되게 묘사해놓았습니다.

1929년 부산부 명소, 교통 그림지도

지도가 광각으로 과장되게 묘사되어 사실성이 떨어질 것 같지만 평생 원도심에 거주한 원주민의 눈으로 봤을 때 부산의 주요 시설들과 도로의 모습들이 아주 정확하게 묘사되었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지도상의 건물들은 많이 사라졌지만 당시 건설된 기본 도로망은 아직까지도 대부분 그대로 남아있어 위치들을 쉽게 확인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현재는 원도심 지역으로 불리며, 당시 부산의 중심지였던 중구와 동구를 중심으로 서구와 영도구가 비교적 상세히 묘사되어 있으며, 나머지 지역들은 간략하게 표시되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오늘은 동구를 중심으로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부산진 부근

먼저 지도의 왼쪽 상단에 고관공원과 바로 옆의 진강병고(쓰에 효고, 津江兵庫)비가 보입니다. 고관공원은 현재 동구청자리이며 진강병고비가 있던 자리는 동구국민체육문예센터 자리쯤이 됩니다. 쓰에효고는 현재 수정시장 일대에 해당하는 지역에 있었던 두모포왜관(고관)을 용두산공원 일대의 초량왜관자리로 옮기도록 힘을 썼던 쓰시마번의 관리로서 그 공을 기념하여 비석을 세웠다고 하며 현재 비석은 소실되었습니다.(상세한 내용은 링크를 클릭)

그 오른쪽에는 여자고등보통학교(현 경남여고)가 있으며 정문에서 부산일보까지 내려오는 도로가 현재와 똑같습니다.

그 오른쪽에 甑台城趾로 표시된 증산왜성터가 있으며, 그 아래로 부산진우시장부산진시장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조선방직, 자성대제8소학교(현 성남초등학교)가 보입니다.

사진 왼쪽과 부산진 입구쪽 절개지는 부산진매축공사 당시 바다를 매립하기 위해 깎여나간 곳을 표현한 것이라고 합니다.

수정동 초량동

지도의 오른쪽부터 부수도배수지라고 표시된 곳은 아직도 기능을 하고 있는 동구노인복지관 뒤편 수정배수지입니다. 배수지 왼편 모서리의 작은 건물은 배수지가 개방된 2000년 말까지 남아 있던 배수지 관리용 건물을 정확하게 그려놓은 것입니다. 그 바로아래의 제3소학교는 옛 중앙국민학교이며 현재 경남여중자리입니다. 그 위의 철도배수지는 현재 서중학교와 동일중앙초등학교 자리이며 배수지를 매운 자리에 각각의 학교를 세웠습니다. 초창기 증기기관차를 운용하기 위한 배수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왼쪽에는 부산중학교(현 부산고등학교, 부산중학교)가 있으며 초량천을 따라 현재의 초량육거리 모습이 당시와 똑같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초량천의 완편에는 철도병원(현 부산보훈복지회관자리)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초량천의 바로 왼쪽에는 초량토목출장소(부산역 5번출구 길 건너편 기업은행자리)와 지나영사관(支那領事館, 현 부산화교협회)가 표시되어 있습니다. 맨 왠편에는 부산보통학교(현 초량초등학교)가 보입니다.

대신동에서 온천장까지 이어지는 붉은선은 당시의 전차노선이며, 지금은 복개되어 볼 수 없는 동구의 초량천, 유천, 부산천의 모습과 위치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현재 진행중인 초량천복원사업의 결과물이 어떻게 나타날지도 새삼 기대가 되는군요.

지도를 들여다보고 있으며 중구와 함께 부산의 중심지로서 당시 동구의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으며, 오래된 원도심의 내력을 재조명해볼 수 있는 이야깃거리들을 많이 찾아낼 수 있는 좋은 자료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또한 영도다리도 놓이기 전인 90년 전에 그린 지도이지만, 실감나게 묘사된 오래된 도시의 흔적을 지금도 확인할 수 있어, 부산의 근대사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면 길을 따라 짚어가며 타이머신을 타고 한 세기 전의 부산을 방문하는 기분으로 보는 재미가 쏠쏠한 자료라 생각되어 일부를 소개해 드렸습니다.

Posted by Yu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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