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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떠올릴 수 있는 최초의 기억부터 늘 그 뒤엔 내 나이보다 두 살쯤 더 많은 수정아파트가 배경처럼 서 있었다.

1972년 초 백일때쯤 내 사진

한때는 거의 모든 동마다 친구들이 살았었고 골목마다 아이들 목소리가 끊이지 않던 아파트였는데, 이제는 임무를 다 하신 어머니들이 지키고 계시는 마지막 관사처럼 남아있다.
평생 살던 동네에서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고 변하는 곳이 늘어나는 것을 볼 때마다 가슴이 철렁하여, 기억하고 있는 모습들을 남겨보려 2013년 봄부터 여름까지 주말이면 카메라를 들고 구석구석 담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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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Yu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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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w, I save the world.

Posted by Yu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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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동네에서 반세기를 살다보니 3, 40 넘은 단골 가게가 몇 군대 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온 - 이사라고 해봐야 반경 50미터 안에서 세 번 움직여 지금 살고 있는 집은 내가 태어난 집 길 건너편이다. - 1985년부터 대문을 나서면 몇 십 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백초이용원을 30년 넘게 이용했었는데, 안타깝게도 아저씨께서 재작년에 지병으로 돌아가셨다.

그 이후 집 근처에서는 이발소를 보지 못해서 이곳저곳 미장원을 찾아다녀봤지만, 깎고나면 뭔가 어색해서 만족스럽지 않던 중 왠지 내공이 있어 보이는 이발소를 발견하고 올해 초부터 그곳을 다니고 있다. 

전문가가 아니라 자세한 부분까지는 알지 못하지만 미장원과 이발소는 여러모로 차이가 난다.
이발소는 미장원보다 큰 가위로 서걱서걱 커팅하는 느낌이 시원하고, 바리캉으로 짧게 자른 부분에 녹말가루를 묻혀 꼼꼼하게 다듬어 주는 것이 마음에 든다. 그런 방식 때문인지 그 상태에서 제법 머리가 자라도 삐죽 튀어나와 거슬리거나 단이 져서 보기 싫은 부분 없이 자연스럽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머리감기 서비스는 기본.

요즘 주변에서 새로 문을 여는 미장원은 많아도 새로 생긴 이발소는 보기가 힘든데, 그 것은 이발기술을 배우는 젊은 사람들이 이제는 거의 없다는 뜻이다. 즉 현재 현역으로 활동 중인 이발사들이 은퇴하고 나면 더 이상 이발소는 찾기 어려워지게 될 것이다. 그러다 보니 동네 이발소 문을 열면 대게는 노년의 이발사들이 가위를 들고 돋보기 너머로 손님과 눈인사를 한다. 

얼마 전 부터 다니는 이발소를 소개하자면, 내 나이보다 오래되어 보이는 작은 건물에 이발소와 딱 어울리는 오래된 알미늄샷시 미닫이문과 거기 붙어 있는 '이발'이라는 두 글자(간판 없음), 그리고 도시가스관을 감고 있는 줄장미넝쿨과 오래되어 보이는 회전간판의 첫인상이 아주 정겹다.
드르륵 소리가 나는 문을 열고 들어가면, 연탄 난로와 연탄집게, 오래된 소파, 몇십 년은 돼 보이는 낡은 이발소 의자와 오래된 이용 도구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타일을 붙여 만든 세면대가 아! 이 곳은 정동 코리안스타일 이발소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해 준다.

나도 이제 중년에 접어들어 요즘 학생들의 바가지 머리, 투블럭이니 모히칸이니 하는 새로운 스타일은 엄두가 나질 않는다. 여전히 고등학생 시절부터 아래쪽을 짧게 깎고 앞머리 중간쯤 가르마 스타일을 고수하는 중인데(엑스세대 스타일) 그런 머리는 아무래도 이발소쪽이 더 낫다는 생각이다.

말하자면 이병헌 머리 정도?

아무쪼록 대한민국의 이발소의 마지막 세대가 될지도 모르는 베테랑들이 건강하게 롱런하시기를 바라며, 새로 찾아낸 이름없는 이발소의 오랜 단골이 되고 싶다. 

위에서 소개한 이발소는 수정5동에(수정공원로 98) 위치하고 있으며, 동구 마을버스 2번을 타고 동여자중학교 후문에서 하차하면 바로 발견할 수 있다. 

달리는 차 안에서 촬영

 

옛 느낌을 살려보려고 흑백으로 전환하고 거칠게 입자를 넣어 보았다.

Posted by Yu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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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태어났을 당시 주소는 배수지 옆 골목 수정동 1011번지.
내가 어렸을 때는 요즘처럼 안내문이 설치된 시설물들이 드물었기 때문에 항상 곁에서 보고 지내면서도 일반인들이 출입할 수 없었던 배수지가 어떤 장소인지 잘 알지 못했고 그래서 잘 가꿔진 녹지가 신비로운 정원처럼 느껴졌었다.
기록에 의하면 1931년에 준공되어 현재 원도심에 해당되는 지역 4만 5 천명분의 급수를 담당했다고 한다.
2001년 공개되기 전까지는 현재 게이트볼장으로 쓰이고 있는 장소에 관리용으로 지어진 근대식 건물이 있었으나 개방될 즈음 헐리고 없으며,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화강석 계단과 청석으로 받듯 하게 쌓아 올린 축대는 원래 모습 그대로 잘 보존되어 있다.
개방이 된 현재는 주민들의 운동 및 휴식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한 가지 크게 아쉬운 점은 개방 전 녹지 보존에 대한 대책이 부족했는지 전면적이 잔디로 덮였던 녹지의 상당 부분이 훼손되어 바닥의 자갈 골재까지 드러날 지경이 되었는데 강우에 의한 침식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산책로(원래는 잔디)의 토양이 더 이상 유실되지 않도록 적당한 소재로 바닥 마감공사를 하고 잔디 보식도 필요하다.
전해 듣기로는 몇 년 전 우레탄을 시공하려고 하였으나 인근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되었다고 하는데 사실 여부나 진행과 관련된 내막에 대해서는 확인할 수가 없다.
녹지로 보존되어 있는 중앙 수조 남북에는 각각 출입용 시멘트 계단이 설치되어 있는데 북쪽의 계단은 원래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으나, 남쪽의 계단은 몇 년 전 포클레인이 진입하면서 허물어진 것을 대충 복원하여 원래의 모습이 사라져 버렸다.
수정동 배수지는 지역의 주요기간시설인 관계로 도심 속 울창한 녹지로 남아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산복도로의 역사보다 더 오래전부터 우리 곁에 있었던 익숙한 장소이지만, 그 내력을 알고 보면 복병산배수지와 함께 원도심 인근에 몇 남지 않은 근대토목건축물로 보존가치가 높은 장소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앞으로도 지자체와 주민들의 많은 관심 속에 앞으로도 잘 보존되어 시민들로부터 많은 사랑받을 수 있는 장소로 가꾸어지기를 바란다.
시내버스 22, 38, 86, 186번을 타고 묘심사 또는 덕림아파트 정류소에서 하차하면 쉽게 찾아갈 수 있다.

산복도로에서 내려다 보이는 수정배수지전경
크기별 상수도관을 잘라 단면을 겹쳐 만든 조형물
완벽하게 정수되어 바로 마실 수 있는 부산 수돗물 '순수365'
화강암계단
옛정문
게이트볼장 가운데 근대식 관리건물이 있었고, 그 뒤로 보존이 잘 된 축대가 보인다.
상당히 잘 만들어진 축대임을 알 수 있다.
게이트볼을 즐기고 있는 할아버지들
원래는 모두 잔디밭이였다. 토양유실이 심해져 이제는 바닥골재 자갈이 드러나보인다.
잔디가 남아 있는 녹지가 원래 바닥의 높이이며 토양유실로 인한 단차가 크게 생긴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원래의 모습을 간직한 북측 계단

Posted by Yu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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