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니는 회사는 24시간 생산장비가 큰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아주 삭막한 대형 제조업체이다.
그래도 1년에 한 번씩은 감동적인 풍경이 펼쳐지는데...
해다마 6월이 되면 회사 안에 있는 150m x 150m 크기의 공터에 노란꽃들이 만발해서 눈을 즐겁게 해주는데, 나중에 꽃 이름을 찾아봤더니 기생초.
마침 내가 작년부터 일하는 건물이 그 공터 바로 앞이라 쉬는 시간이면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어서 너무 좋다. 예전에 다른 건물에서 일했을 때는 점심식사를 하고 꼭 거기를 한 번 들렸다가 사무실로 돌아가곤 했었다.
-> http://sanbokdoro.tistory.com/46 (지난 글, 관련 링크)
<아래 사진은 회사내 꽃밭 풍경>
참고로, 공장부지 전체 규모는... 둘레를 한 바퀴 다 돌면 약 3km.
부산시에 속한 평지중에서 저렇게 대규모로 꽃만 피게 내버려 두는 장소는 공원으로 조성한 곳이 아니고서는 찾아 볼 수 없는 것 같다. 저기는 그냥 공장안 방치된(?) 황무지.
우리집 앞에는 일제시대 조성된 수정동배수지가 있다. 2001년까지 출입금지구역이었던 것을 개방했는데, 그 때쯤 부터 부산시에 흩어져 있는 배수지들을 단계적으로 개방하여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정비를 하였다.
그런데 수정동배수지는 개방 초기 뭔가 좀 계획에 문제가 있는 듯, 관리가 부실하여 녹지의 반 정도가 개방 후 1년 사이 훼손되어 사라졌는데 꾸준히 민원을 넣어도 별로 개선되는 것은 없어 보인다. 개인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비교적 최근에 개방된 근처의 복병산배수지와 영주동배수지를 가봤더니 거긴 나름 준비를 하고 개방이 되어 상대적으로 녹지가 잘 보존되고 있다.
수정동배수지는 비가 오면 그냥 방치된 흙바닥의 흙탕물 때문에 걷기 조차 불편한 곳.
아무튼... 수정동배수지 물탱크 위 잔디밭이 그나마 잔디가 죽지않고 남아 있는 곳인데(거기라도 보존시키려고 부산시와 동구청에 민원 엄청 올렸었다.) 마음대로 날아든 씨앗이 싹을 틔워 개망초라던지 민들래가 드문드문 피기도 한다. 오래전 부터 내가 직접 배수지 모습을 한 번 바꿔볼까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중, 드디어 실행에 옮기기로 마음먹고 회사공터에 꽃이 지고 남아 있는 잘 여물어 보이는 기생초 씨앗을 한 봉지 가득 담아다 배수지 흙이 드러난 곳에 뿌려 보았다. 마침 오늘 비도 부슬부슬 내리고 날이 딱 정당한 것 같다.
내년 6월이 되면 과연 어떤 풍경이 펼쳐질 지 함께 기대해 보아요.
얼마나 싹을 틔울까? ^^
<아래 사진은 수정동배수지 모습>
<아래는 오늘 저기 몽땅 뿌린 기생초 씨앗 봉지>
<아래 사진은 깔끔하게 잘 정비되어 있는 청학배수지, 꽃은 없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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