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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다시 찾아가 본 영가대로 가는 길은 원도심 속 한적한 산책길로서 특색 있는 곳이라 생각되어 소개합니다.

 

부산은 역사적으로 일본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지역이며, 그 흔적들이 여기저기 남아 있으나 그 자취들은 일제강점기를 겪은 관계로 해방 이후에도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 부산동구는 두모포왜관에서 유례 된 고관입구, 임진왜란 당시 축조된 왜성, 조선통신사의 출발지였던 영가대, 경부철도의 흔적들과 적산가옥들이 남아 있는 곳이지만 인근 주민들조차도 그 내력에 대해서 최근까지 잘 모르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중에서도 조선통신사의 출발지였던 영가대는 2008년부터 조선통신사축제와 함께 언급되면서 시민들에게 존재감을 다시 가지게 되었다.

 

영가대는 조선통신사가 일본으로 출발하기 전 여정의 안전을 기원하는 해신제를 올리던 곳으로 조선통신사의 역사에서 빠뜨릴 수 없는 장소이다.

 

영가대라는 곳이 인근에 있다는 이야기는 가끔 들었지만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 재작년에 자료를 참고하여 겨우 찾아가 본 적이 있으나, 골목 구석 허름해 보이는 입구에 자물쇠가 채워져 있어 실망을 하고 돌아온 적이 있었다. 

 

표지판 왼쪽의 좁은 골목이 옛 영가대로 가는 골목

부산진성 아래쪽은 해안가였으며 바다와 접한 언덕이 작은 만을 이루고 있어 조선시대 경상 좌수영 수군들의 군사시설이 있었던 곳이다. 그 언덕 위에 아래의 그림과 같이 영가대가 서 있었다.

 

그림 중앙 언덕 위 건물이 조선시대의 영가대

하지만 경부철도 개설 당시 그 언덕을 깎아 인근 바다를 매립하면서 흔적은 사라지고 영가대가 있던 자리는 경부선이 지나가는 철길이 되었다.

 

2011년 개관한 조선통신사 역사관 위에 영가대가 복원되어 있으나 그 위치와 모습은 오리지널과 거리가 멀다.(아래사진)

 

작년에 원래 영가대가 있던 자리가 재정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영가대를 다시 찾아 나서본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자면 부산진시장에서 버스를 하차하여 조금만 걸어오면 성남초등학교 입구가 나온다. 성남이란 이름은 부산진성의 남쪽을 뜻한다.

성남초등학교 정문

성남초등학교는 1923년에 일본인 학교인 부산제8심상소학교로 개교하였으며 해방 이후 1946년 4월 7일에 부산제8공립국민학교가 되었다.

학교 담장을 따라 걷다보면 초등학생들의 군것질 거리를 파는 가게와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아이템이 잔뜩 진열되어 있는 문방구를 볼 수 있다. 건물들의 모습에서 아주 오래된 원도심이라는 것을 바로 느낄 수 있다.

 

하교길 문방구에 진열된 물건들 앞에 몰려 있는 아이들을 보며 잠시 옛 추억을 떠올려본다.

계속 직진을 하여 길 끝에서 좌회전을 하면 오래된 굴다리가 나온다. 경부철도와 함께 설치된 고가도로가 지나가는 아래쪽이며 현재는 매축지마을과 진시장을 연결하는 통로이다. 굴다리의 입구는 영화 아저씨의 촬영장소로 알려져 있다.

 

굴다리를 지나오면 아주 오래되어 보이는 기우뚱한 건물이 터널 입구에 붙어 있다. 마치 터널을 지나자 타임슬립을 한 느낌이다.

뒤를 돌아 보면 오른쪽에 자성로지하도가 하나 더 있다.

다시 터널을 지나면 패션비즈니스스퀘어 컨테이너 건물이 보인다.

2015년 동부철로변에 진시장 인근의 섬유패션관련 산업 활성화 및 청년 창업 진원의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패션비즈니스스퀘어를 지나면 재작년까지도 풀이 우거진 공터처럼 보였는데 영가대로 걸어갈 수 있도록 깔끔하게 정비된 통로가 보인다. 

통로를 지나면 드디어 영가대가 보인다. 엉뚱하게도 멀리서 봐도 축소모형임을 알 수 있다.

 

사진의 왼쪽엔 높은 담장이 있고 그 뒤로 경부철도가 놓여져 있다. 처음 영가대가 있던 장소는 철로가 되어 접근이 불가능한 상태. 그래서 가장 가까운 바로 옆에 영가대를 기념해 놓았고 장소의 제약 때문에 아쉽지만 부득이하게 축소모형을 만들어 놓았다.

 

옛 사진과 그림을 참고하여 원래의 모습과 가깝게 만들었다. 조선통신사기념관 위의 건물과는 모습이 많이 다름을 알 수 있다.

사람의 위치와 렌즈를 잘 활용하면 착시사진 찍기에 딱 좋음. 도전해보세요!

왔던 길을 다시 돌아 나오면 성남초등학교 바로 앞에 예전 오버브릿지가 있던 자리가 나온다. 오버브릿지가 철거되어 탁 트인 느낌이지만 그 뒤로는 별로 이쁘지 않은 아파트들이 계속 올라와 산을 조금씩 가리고 있다.

오버브릿지를 철거하며 나온 자재들을 활용하여 만든 조형물로 옛모습을 추억하고 있다. 영가대가 바로 옆에 있는 관계로 오버브릿지와 조선통신사 원 플러스 원

어느 부분을 뜯어낸 것인지는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진시장 인근에는 불교용품점들이 모여 있다. 늘 차를 타고 지나며 보던 곳인데 오늘은 도보로 쇼윈도를 들여다본다.

다양한 스타일의 승복과 동자승, 비구니 마네킹이 재미있다.

화창한 가을날 모처럼 골목을 걸으며 기분전환을 할 수 있었던 오후였다.

 

부산은 과거에도 그렇고 지금까지도 변화무쌍한 도시인 것 같다. 바쁜 현대를 살면서도 가끔씩은 예전에 꽂아둔 책갈피의 페이지를 다시 펼쳐보듯이 조용한 골목을 걸으며, 내가 살고 있는 도시의 유래를 살펴보는 것도 뜻깊은 시간이 될 것이다.

Posted by Yu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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