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20.11.28 나와 갑장 백초탕(Since 1971)
  2. 2014.12.06 단독주택에서 겨울 온천을 즐기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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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초탕에 관한 기억은 어슴푸레한 장면부터 반세기를 거슬러 올라간다.

 

아버지께서 외국을 자주 나가시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어머니 손을 잡고 목욕탕을 다녔었다.

 

확실하게 떠오르는 오래된 기억이 둘 있는데, 하나는 유치원생 시절(1977년) 어느 겨울, 여탕 탈의실 옷 바구니에 같은 유치원 유니폼이었던 남색 개바지(뜨개질바지)가 들어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던 일이고, 다른 하나는 국민학교 저학년 때 민망해서 정말 가기 싫었는데 억지로 어머니 손에 끌려 손바닥으로 등짝을 맞아가며 끝내 여탕을 들어갔던 기억이다. 나름 어머니의 배려로 사람이 없는 새벽이었다지만 누군가 먼저 와 있었다.ㅠㅠ

 

할머니랑 셋이서 갔던 기억도 나는데 늘 새벽별이 반짝이던 이른 시간에 힘들게 일어나 쌀쌀한 바람을 헤치고 집을 나서서 동이 틀 무렵 돌아왔던 장면이 선명하다.

 

처음엔 단층 건물로 지어져 카운터를 중심으로 왼쪽이 남탕, 오른쪽이 여탕이었다. 목욕탕 입구에는 정원이 있었고 카운터 맞은편에 작은 화단이 있었는데 그 가운데 코브라처럼 생긴 현무암이 세워져 있었다.

 

탈의실에는 나무조각을 투박하게 깎아 만든 열쇠가 꽂힌 옷장이 있었는데 명절 직전엔 사람들이 북새통을 이루어 모자라는 옷장 대신 커다란 바구니에 옷을 담았던 풍경도 기억도 난다. 

 

중학교 1학년때(1984년)까지 옛 모습의 목욕탕을 다녔던 기억이 있고, 이후 리모델을 하여 현재의 2층 건물이 되었다.

인터넷에는 내가 태어나기 한달쯤 전인 1971년 9월 22일 문을 열었다고 검색이 된다. 백초탕의 위치상, 그리고 영업을 시작한 시기상 1969년 준공된 수정아파트의 주민들을 겨냥하여 영업을 시작한 목욕탕이라 생각된다.

 

백초탕의 뜻은 흰'백'에 풀'초'라고 들었던 기억이 나는데 그동안 주인이 여러 번 바뀌는 바람에 정확한 사실인지 확인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백초탕 옆에는 같은 이름의 백초이용원이 있었고, 몇 년 전 이발사 아저씨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30년 넘게 거기서 머리를 깎았다.

 

가장 최근 백초탕과 관련된 기억 중 하나를 소개하자면 남자들의 로망 중 하나가 아들을 데리고 목욕탕을 가는 것이라는 것에 공감을 하는데, 첫째가 세 살쯤 되었을 때(2003년) 이른 아침 같이 목욕을 갔다가 아이가 감기에 걸리는 바람에 집에서 원망을 들었던 사건이다. 

 

그 이후도 좀 다니다가 오래된 목욕탕이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고 지저분한 느낌이어서 발을 끊은지 10년이 넘었다. 그런데 무슨 인연인지 얼마 전 생각지 못한 사건에 휘말려 다시 백초탕에서 목욕을 하고 있다.

 

오래간만에 들어갔는데 이전보다 산뜻해진 느낌이어서 그리고 마침 휴직기간이기도 해서 이달 들어서만 3번째 백초탕에서 느긋하게 목욕을 하고 왔다.

 

쌀쌀하게 찬바람이 부는 계절이 되면 이른 아침 한적한 목욕탕에서 뜨겁게 몸을 담그는 것이 큰 즐거움 중 하나이다. 

 

태어난 동네에서 계속 살고 있지만 현재 다른 곳으로 이사갈 계획도 없음으로 언제까지 나와 나이가 같은 백초탕을 계속 다니게 될 지 새삼 궁금하다.

 

마지막으로 갔을 때 사람이 아무도 없길레 이 때다 싶어서 구석구석 사진을 좀 찍어보았다.

 

수정아파트 1호동 뒤편, 산복도로에서 한블럭 뒤로 들어간 한적한 일방통행로에 위치

 

마지막으로 갔을 때 요금이 4000원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6000원. 10년뒤 정년 퇴직을 하면 달목욕을 끊어보고 싶다. 4년전 목욕탕을 새로 인수한 사장님이 여기저기 손을 보고 목욕탕을 깔끔하게 관리하고 계심.
요금을 내고 이렇게 생긴 계단을 올라오면...

 

남탕 입구!
예전엔 수건을 챙겨왔었는데 지금은 공용 타월이 비치되어 있다.
탈의실에서 보이는 대욕탕! 어렸을 때 기억중 하나가 저 둘레에 앉아 작은 바가지로 물을 퍼 목욕을 하는 풍경인데 어느 나이 많은 아주머니가 바가지로 물을 퍼 양치를 하는 모습에 어린 마음에도 경악을 금치못했던 생각이 난다.
나가시(세신사) 베드와 작은 욕조. 동그란 욕조는 물을 받아 퍼서 쓰는 용도이고 저 뒤의 사각 욕조는 의료기(?)가 들어 있는 욕조이다. 남탕 나가시는 40년쯤 벌써 없어진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침대는 계속 있다. 왜일까???
바로 그 산호수경이라는 물리치료기. 아마 90년대 쯤 설치된 것으로 기억되는데 지금도 작동하는 지는 모르겠다.
내가 좋아하는 폭포 벽화. 88년 전후로 생겼는데 오른쪽 하단엔 화가의 싸인도 있었다. 온탕에 몸을 담그고 뒤로 기대어 누워 그림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참 좋았다. 백초탕의 느낌과 잘 어울리는 그림이라 생각된다. 색이 바래 윤곽은 희미해졌지만 칠이 벗겨진 곳이 없어 신기했음.
그리고 요즘 계속 오게 만드는 등밀이 기계. 기계가 튼튼한지 옛모습 그대로이다. 의자를 밟고 올라가 자세를 이리저리 바꾸면 몸의 2/3정도는 힘 안들이고 씻을 수 있다. ㅎㅎ
박력있게 뜨거운 물이 나오는 믿음직한 수도꼭지! 
처음 모습 그대로의 한증탕. 뜨거운 손잡이를 이테리타올로 단열시켜 놓았다. 알미늄 문틀에 팔이 닿여 작은 화상을 입었던 적이 있다. 따지자면 소송감이지만 약바르고 며칠 따갑다가 끝. 살짝 비치는 남자 모습은 아무리 자세히 봐도 안보임. ㅎㅎ
너저분한 바닥 카페트를 걷어내서 깔끔해진 느낌.
한증탕 안에서 보이는 목욕탕 풍경(순한 맛 광민탕 ㅋ)
내가 나올 무렵 할아버지 한 분이 들어오셨다.

 

브라운관 티비는 어느덧 LED 모니터로 교체되어 있고... 간단히 운동할 수 있는 장비와 보급형 사우나의자가 옛모습 그대로다.
아직도 탈의실 염색이 허용되는 듯. 예전에 염색약을 흘려 바닥에 얼룩이 생긴 것을 본 기억이 난다.
자주 하는 목욕은 만병통치랍니다!
나름 수정4동의 랜드마크였던 굴뚝, 85년까지 살았던 집 뒤편에서 촬영, 나무를 때던 시절 높았던 굴뚝을 허물어 짧막해졌다.

Posted by Yu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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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는 제목 맨 앞의 단독주택입니다.


겨울철 단독주택에서 목욕을 한다는 건 성가신 점이 제법 많습니다. 아파트와 다른 단독주택의 구조, 난방과 단열 문제 때문에 탕에 들어가 있을 때만 따뜻하지 난방이 되지 않는 욕실안 공기가 싸늘해서 쾌적한 느낌이 많이 떨어지죠.

온도차이 때문에 욕실 문과 천정까지 결로가 넘쳐서 목욕 후 욕실 청소에도 손이 많이 갑니다.

그리고 갑자기 생긴 습기 때문에 읽으려고 꽃아 둔 책들과 화장지는 습기를 먹어 모두 쭈글쭈글 해져버립니다.


몇 년 전에 집 수리를 할 때 시스템창호로 모두 바꿔서 단열은 많이 좋아졌지만 그래도 실내가 아파트만큼 따뜻하지 않습니다.

보일러실과 욕실이 붙어 있어서 욕실에 라디에이터를 하나 설치하고 싶은 생각도 들지만 장소도 마땅하지 않고...

고민하던 중 이상벽 아저씨가 떠올랐습니다.

몇 년 전에 아저씨 말만 믿고 하나 구입해서 겨울내내 틀었다가 전기세 폭탄을 맞았던 적이 있는 전기 난로. 


그 뒤로는 거의 사용하지 않고 창고에 넣어 뒀는데 목욕할 때 그걸 욕실 구석에 켜놓고 한 시간 정도 틀어 봤더니...

위에서 말한 문제점들이 모두 해결되었습니다.

일단 공기가 훈훈하고 결로가 생기지 않으니 갑자기 습기가 차서 귀찮아지는 일들도 모두 사라졌습니다.


목욕할 때 한 번씩 트는 정도로 전기세가 그렇게 많이 나올 것 같지는 않고... 목욕탕 요금 생각하면 외출하지 않고 집에서 조용히 깔끔하게 씻을 수 있으니 여러모로 좋은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단독주택에 사시는 분들은 한 번 응용해 보세요.



욕조에 물을 받으면서


이렇게 한쪽에 전기난로를 틀어 놓습니다.


입욕제까지 하나 넣으면 철분 냄새가 확 퍼지는 열도의 온천이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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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Yu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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