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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손글 쓸 일이 거의 없는데 어느날 갑자기 만년필에 꽂혔다.


예전에 내가 쓰던 만년필이 몇 개 어디 있을 것 같아서 창고를 뒤져봤더니 95년 학교 졸업이후 한 번도 연 적 없는 필통을 발견! 거기서 10개 정도의 만년필을 득템했다.

파카, 쉐퍼, 라미, 파일로트, 헤알리츠, 아피스, 그리고 무려 몽블랑까지 열자루가 20년 동안 손 닿지 않는 곳에서 곱게 잠들어 있었다.





그 중에서 눈길을 유독 눈길을 끄는 것이 바로 아피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 부분부분 녹이 슬고 상태가 영 별로였는데 WD-40으로 닦아주니 제법 쓸만한 상태가 되었다.




내 기억으론 아마도 중학생 때 사용했던 만년필인 것 같다. 컨버터 일체형이지만 디자인은 깔끔하고 필기감은 거친 편.


지금도 아피스 만년필이 생산되는 지 궁금해서 검색해봤더니 공장이 부산 부민동에 위치하고 있었다.


관련 링크: 국내 최초의 만년필, 아피스(APIS)


어떤 곳일까 궁금하여 위의 글을 읽고 주소를 찾아가봤는데 로드뷰에도 나오지 않는 좁은 골목안에 있는 챨리의 초콜렛공장이 연상되는 낡은 건물 발견. 


문이 닫혀있어 전화를 걸었더니 여기 일하는 사람도 없고 보여줄 물건도 없단다. 일부 제고를 문구점에 납품하긴 하지만 부산에는 거래하는 곳이 없고 전량 서울로 간단다.


공장 앞에까지 갔다가 결국 아피스 본사엔 들어가 보지 못하고 돌아왔다.




요즘 이베이를 검색해보면 영웅, 듀크, 진하오 같은 메이커의 중국제 만년필을 20불 정도면 쓸만한 것으로 구입할 수 있다. 만년필 촉과 컨버터는 독일제를 사용한 제품이 많고, 필기감이나 만듦새도 아주 뛰어나다. 특히, 파카 51를 카피한 영웅 616의 경우 10자루에 20불 정도면 구입이 가능하다.



좌로부터 듀크961, 영웅449, 영웅285, 영웅616.


모두 Fine Nib이 장착되어 획수가 많은 한자나 한글을 적기에 딱 좋다. 특히 Extra Fine Nib이 장착된 영웅 616의 필기감은 최강!


가끔씩 문방구에서 보이는 자바나 마이크로 같은 국산 만년필이 5만원대 정도 하는 것을 보면 국내 만년필산업도 가격경쟁력에서 불리한 제품이 되어 버린 것이다.


국산만년필 하면 대명사처럼 가장 먼저 떠오르는 추억의 아피스가 쓸쓸히 퇴장하는 모습을 목격하고 돌아온 섭섭한 오후였다.


부끄러운 졸필이지만 좋아하는 시를 한 번 적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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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부산에서는 5월 첫째주 금요일 부터 일요일까지 각처에서 조선통신사축제가 열립니다.


그 중에서도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평화의 행렬은 이번 주 토요일(5/2) 오후 3시부터 진행됩니다.


한국과 일본의 공연단들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데, 그 중에서도 일본행렬은 아와오도리를 비롯하여 일본현지에서도 때 맞춰 보기 어려운 공연들이 한 자리에서 펼쳐져 광복로를 이국적인 분위기로 들뜨게 합니다.


개인적으로 부산의 축제 중 가장 볼만한 행사라 생각되며, 시간되는 분들은 가족들과 첨부지도 참고해서 구경오시면 좋은 시간 될 겁니다.


행렬은 3시부터 용두산공원 8각정 앞에서부터 광복로까지 한 시간 가량 진행됩니다.


혹시라도 여럿이 가게되면 표시된 시작점에서 모여 광복로입구 한국투자증권 앞에서 약속하고 만나면 편리합니다.


첨부사진은 2008년부터 직접 촬영한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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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평동, 풍류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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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의 도움을 받아 첫 개인전을 열게 되었습니다.
8점을 3주씩 2회 총 16점을 6주간 전시합니다.
장소는 드립커피가 일품인 카페달리(보수동 책방골목 끝 중구노인복지회관 앞의 갤러리 카페) 입니다.

한 동네를 떠나지 않고 살면서 제 백일사진부터 뒤로 멀리 보이는 수정아파트는 제 평생 기억 속에서 고정된 배경으로 나옵니다.
많은 친구들이 거기서 살다가 떠났고, 지금은 어머니들의 관사처럼 남아있는 그곳의 느낌을 2013년 봄 부터 담아두었다 꺼내어 봅니다.

* 신유록(신정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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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저만치 가버렸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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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015. 3. 20.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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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중형필름 스케너를 한 대 살까말까 망설였었는데 한 번 시도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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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 vs 2015

광화문 앞을 지나가다 옛날 생각이 나서 비교사진을 찍어보았습니다.

그동안 역사는 바로 세운 것 맞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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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동네에서 만 2년 살았는데 퇴근길에 촬영한 사진입니다.

처음 이사갔을 때 공장 옆 골목을 지나가면 고소한 빵냄새가 참 좋았습니다.

언제나 저 자리에 있을 것 같던 풍경이 이제는 사진 속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2007년 9월 촬영)




(2007년 2월 촬영)




(2008년 4월 촬영 - 재송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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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015. 2. 13.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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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을 자주 가지는 않지만... 나는 다윈이 옳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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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여쁜 손님 맞고,

일상 2015. 2. 12.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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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속에 나비 한 마리 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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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015. 2. 5.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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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오랫동안 장발을 하고 다녔는데 작년말 브레드피트가 나오는 퓨리를 보고는 짧은 머리가 하고 싶어져 다음 날 이발소에서 머리를 깎았다. 그리고 오늘 보니 한 달 동안 자란 머리가 거슬려서 또 이발소를 다녀왔다.

머리를 기를 때는 석달에 한 번 정도 다듬었는데 역시 짧은 스타일은 자주 손을 봐야 한다.


오전에 머리를 깎고 온 백초이용원은 올해로 딱 30년째, 내가 중학교 2학년 이었던 1985년 지금 집으로 이사와서 부터 다니고 있다. 지금 내가 그 때 당시 처음 봤을 때 아저씨보다 훨씬 더 나이를 많이 먹어버렸고 아저씨는 최근 몸이 불편해지셔서 지팡이를 사용하신다.


이발소 문을 열고 들어가면 담배연기 찌든 냄새와, 특히 겨울은 연탄난로 냄새가 참 정겹다. 담배라면 질색이지만 이발소 실내에 배인 담배 냄새는 불평을 하기도 전에 '여기는 남자들을 위한 공간이요!' 라고 먼저 선수를 치며 말하는 듯하고, 한편으론 뭔가 오래된 아련한 느낌이 들게 한다. 예전엔 보통 한 두 명 정도가 먼저 와 있어서 신문이나 만화책을 보며 차례를 기다려야 했었는데 최근엔 아저씨 혼자 TV를 보며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경우가 많다. 


가끔씩 들리는 곳이라 안부를 묻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머리를 깎는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요즘은 중년남성들도 미장원을 가는 경우가 많아서(이발소가 드물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발소에서 머리 다듬는 일은 사라지는 기술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이제는 젊은 이발사를 볼 수가 없고 현역으로 활동중인 이발사는 육십줄에 들어선 노인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반대로 예전엔 미장원보다 이발소가 많아서 가까운 곳에 미장원이 없으면 여중생들도 머리를 자르러 종종 왔다고 한다. 30년 전엔 주말만 되면 머리 깎으로 오는 손님들이 많아서 밥 먹을 시간도 없고 저녁이면 코피가 날 정도로 호황이었다고 한다.


지난 30년 동안 동네 미장원은 몇 번 가봤지만 '낯선' 이발소에 내 머리를 맡겨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내 머리 스타일이 별로 특이할 것은 없지만 방문 초기 몇 번의 시행착오를 다듬으며 나름 최적화 고정된 스타일이라 다른 곳에서 새로운 모험을 하기도 싫고 많이 낡았지만 익숙한 그 공간이 나는 편하다. 미장원 보다 좀 큰 가위로 서걱서걱 자르는 느낌이 시원하고 맨 마지막에 전분가루를 뭍혀 짧게 잘린 부위를 정교하게 다듬는 과정도 마음에 든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늘 나보다 나이가 많은 아저씨들 몇 명이서 머리를 깎는 동안 이런저런 동네 이야기를 나누곤 했었다. 나는 그 이야기에 끼어든 적은 없었지만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변두리 주택가 남자들의 커뮤니티에 참여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곤 했다. 이런 동네에 중년남성들을 위한 '클럽'이라 부를만한 장소가 있을 리가 없고, 알콜 없이 맑은 정신으로 편하게 앉아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장소는 이발소와 약수터 정도 뿐인 것 같다는 생각에 오래된 백초이용원이 더욱 애틋하게 느껴진다.


요즘은 이발소에 들어설 때마다 작년부터 부쩍 기력이 떨어져 보이는 아저씨의 컨디션을 살펴본다. 분명히 이 이발소는 아저씨의 건강상태와 운명을 함께 할 것이다. 막상 그 날이 닥치면 다른 곳을 찾아봐야겠지만 앞으로도 오랫동안 한 달에 한 번쯤은 낡은 의자에 앉아 머리를 맡기고 아저씨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몇 달 전 건물주인이 바뀌면서 원래 있던 자리에서 옮겨 왔다. 그 전까지는 바로 이 골목 맞은편에 있었다. 실내가 좁아져 더 오붓한 느낌이다.


-2015.02.05 이발소에서 내 사진은 처음 찍어보았다.



-2005.06 어린 아이들은 짧은 머리가 귀엽다. 한동안 중국기예단 스타일 머리로 깎아주었다.


- 2011.01


- 2012.05


그 세대의 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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